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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2013 캐리비안 크루즈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여행일지 #002 올드 산후안 거리(Old San Juan)

 

 

 

 

 

San JuanPuerto Rico 

google.com

 

이번 여행의 목적은 캐리비안 크루즈 탑승이었기 때문에 푸에르토리코에서 한 일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애초에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에 묵은 것도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가 출항하는 항구가 산후안 항구였기 때문이다. 별로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나름 여유롭게 지냈는데, 바다에 놀러간 것과 쇼핑한 것,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거의 헐벗듯 입고 걸었던 정도가 기억난다. 그 외에 두번째 날에는 다같이 택시를 타고(택시비가 비쌌던 건 물론이다;) 산후엔에 있는 올드 산후안을 구경했는데,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게 인상깊었던 거리였다.

 

 

 

 

 

Old San Juan

 

이 다음날이 산후안 항구에서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가 출항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푸에르토리코에 머무는 마지막날인 오늘, 우리는 다같이 산후안에 있는 올드 산후안을 구경했다. 별로 크지 않은 지역이어서 걸어서도 관광이 가능했다. 길가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건물들이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해서 관광하기 딱 좋은 도시 같았다. 건물 양식이며 거리 스타일이 한 눈에 봐도 참 이국적이었다.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한 카리브해의 섬들은 거의 스페인어가 주언어다. 가게 및 장사를 하거나 서비스 직종에 근무하시는 분이 아닌 이상 영어를 못 하는 현지인들도 많았다. 처음 듣는 스페인어의 빠른 억양과 영어가 안 통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나름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스페인의 오랜 지배를 받아서 그런지 언어부터 시작해서 건축양식 등에도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스페인에 가보진 않았지만,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동안 라틴 문화권에 있는 느낌이 물씬 들었었다. 스타벅스 마저도 산후안 스타일의 건물로 재해석된 거리를 걷다가 날씨가 많이 더워서 길가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칵테일도 한 잔씩 즐겼다.(물론 나는 임신중이었으므로 무알콜 칵테일ㅠㅠ)

 

 

 

그러다 푸에르토리코의 기념품을 파는 기념품가게에 들러서 기념품을 구경했다. 되게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뭘 살까 고민하다가 부채와 악세사리 몇 개를 사고 나왔다. 크리스는 푸에르토리코 느낌이 물씬 나는 비치타올을 샀는데, 나중에 돌아와서 보니 나도 저렇게 '이건 푸에르토리코에서 산 물건이야!'라는 느낌이 팍팍 나는 물건을 고를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내가 산 것 들은 부채도, 악세사리도 다 푸에르토리코 느낌이 아니라 좀(많이) 아쉬워졌었다.

 

이 기념품가게에서 만난 직원분이 굉장히 친절하셨는데, 처음에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보시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제법 괜찮은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놀라서 여기 한국인분들이 많이 오시냐고 했더니 한국인들은 많이 안 오지만 한국드라마와 영화를 즐겨 보신다고 했다. 꽃보다 남자, 미녀는 괴로워 등등을 얘기하시면서,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한국어도 공부중이시라며 자기 이름을 한글로 써 보여주시기도 하였다.(무슨 한글인지 읽을 수는 없었지만ㅋㅋㅋㅋ) 물론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접대용으로 조금씩 알아두시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과 가까운 아시아 국가가 아닌 먼 라틴계에서 한류소식을 들으니 한국인으로써 기분이 좀 좋았었다.

 

 

 

 

 

Raices Restaurant

 

올드 산후안 거리를 둘러보고 나니 허기가 져서 저녁먹으러 들렀던 Raices 레스토랑. 라틴 느낌이 물씬 나는 레스토랑이었다. 우리는 인원수가 많았으므로 단체석 두 개에 나눠 앉았다. 가게의 벽면에는 각종 장식이 달려있거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사람들이 제법 많아서 가게 내부는 조금 시끌벅적한 느낌이었다.  

 

메뉴판을 받아들긴 했는데 이리보고 저리봐도 전부 다 생소한 음식들 뿐이라 뭘 고를지 망설여졌다. 한참을 메뉴판을 정독하고 있으니 멕시코인이라 스페인어도 유창하고 라틴 문화에 익숙한 내 동서 일리가 모퐁고(Mofongo)라는 바나나 요리를 추천해줬다.



모퐁고는 푸에르토리코의 전통 음식으로, 바나나의 한 종류인 플랜틴 바나나(Plantain)를 튀긴 후 올리브기름, 마늘, 돼지고기(또는 베이컨) 등을 섞고 으깬 음식이다. 푸에르토리코에 간다면 한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실 나는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에 바나나를 먹고 심하게 토하고 엄청나게 멀미를 했던 기억 때문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겨서, 바나나 향기만 맡아도 속이 니글거리고 먹으면 속이 울렁거린다. 식감도 찐득찐득한 것이 썩 매력적인 과일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난 거의 바나나를 혐오하는 수준이라 일리가 모퐁고를 추천했을 때 거절했지만, 일리가 모퐁고에 쓰이는 플랜틴 바나나는 내가 먹은 바나나랑은 다른 맛이라길래 믿고 주문해 보았다. Raices레스토랑의 모퐁고는 저렇게 나무같은 컵에다가 담아져 나온다. 바나나 슬라이스를 튀긴 것이 함께 제공되었다.

 

일리 말대로였다. 플랜틴 바나나는 바나나라기 보다는 감자와 고구마와 비슷한 맛이었다. 고구마처럼 약간 단 맛이 나면서도 감자같은 식감? 향도 역하지 않아서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이런 바나나라면 바나나를 싫어하는 나라도 거부감 없이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최고로 사랑하는 칵테일 중 하나인 모히또(모히토, Mojito)라임의 상쾌함과 민트의 청량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음료다. 모히또의 베이스는 럼인데, 럼은 사탕수수를 주원료로 하므로 제당산업이 번창했던 카리브해의 서인도제도 및 바하마제도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캐리비안의 대표적인 칵테일 중 하나이므로 이 지역을 여행한다면 모히또를 한번 쯤은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애주가인 닉과 일리는 모히또를 물 마시듯 마셔댔지만 임신중이었던 나는 눈물나게 모히또가 마시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알콜 칵테일인 버진피나콜라다로 목을 축여야 했다. 세상에, 버진피나콜라다라니! 내 인생에 무알콜 칵테일을 주문하는 날이 오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ㅋㅋㅋ 라틴문화권은 워낙 흥겹고 취하기 좋은 분위기라 술을 못마실 때 오는 건 정말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혹시나 다음에 다시 캐리비안에 오게 된다면 신나는 분위기에 취해 마음껏 알콜을 즐기고 돌아올테다!ㅋㅋㅋ

 

 

 

 

 

 

 

 

 

 

 

 

 

 

  ※ 본 포스트의 최상단 지도사진을 제외한 모든 사진은 플리커(flickr.com)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