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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2012 미국

미국여행 일지 #002 유타 주청사(Utah State Capitol)

 

 

 

 

Utah, US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남편의 부모님 집에서 지냈었는데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게 거의 처음이었어서 처음엔 너무너무 어색하고 불편하고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내가 미국에 도착한 몇일 뒤가 바로 5월의 마지막주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였던 탓에 크리스의 친척분들이 연차를 내고 크리스네 집으로 모여들어서 나는 의도치 않게 크리스의 부모님과 가족들은 물론이고 친척분들 까지 한 큐에 만나게 되었더랬다; 새로운 것들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나름대로 큰 스트레스 였던 것 같다. 그래도 다들 좋으신 분이고 나를 많이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적응하긴 했었지만.

 

그래도 남편과는 대화도 통하고 의사소통 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에 나름대로 영어는 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LA공항 사건부터 시작해서 이 무렵 온 사방에서 원어민들의 다양한 영어를 듣고는 나는 겸손하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접고 영어를 잘한다는 오만함을 버렸더랬다(아직도 그렇다ㅋㅋㅋ).

 

미국에 가서 한동안은 남편의 집에서 지내며 바깥을 산책하거나 근방을 구경하면서 지냈다. 유타가 뉴욕처럼 도시화된 곳도 아닌데다가 내가 머문 곳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주택가가 되게 한적하고 평화로워서 좋았다. 집집 정원마다 푸른 잔디가 잘 손질되어 있는 것도 좋았고 깨끗한 거리와 목가적인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번잡하고 시끌시끌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 굉장히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처음엔 미국에 혼자 뚝 떨어진 외국인이 된 느낌에 어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편안해졌던 것 같다. 실내에 깔린 카펫 위를 맨발이 아닌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편하게 느끼게 된 것처럼.

 

 

 

 

 

Utah State Capitol

 

 

한 날은 날씨도 좋고 해서 산책겸 데이트겸 차를 타고 나와 솔트레이크 시티의 번화가 구경을 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유타 주청사(Utah State Capitol). 영어로만 듣고 말하다가 한국어로는 뭔지 검색해보니 주청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주청사라는 게 처음 듣는 말이라 무슨 곳인지 잘 감이 안왔는데 국회의사당 정도인 것 같다. 크리스는 고등학교 졸업파티인 프람을 유타 주청사에서 했다고도 한다. 유타 주청사는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다.


 

 

유타 주청사 건물 앞으로는 파란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청사 앞 잔디밭에는 여러가지 조형물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인상깊었던 건 유타주의 원주민이었던 왐파노악(Wampanoag) 인디언 부족의 추장인 메사소이트(Massasoit)의 동상이었는데, 청교도들이 초기 신대륙에 정착할 때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 또한 청교도들이 메사소이트에게 감사의 축제를 벌인 것이 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 Giving)이 되었다고 한다.

주청사 주변에는 이 밖에도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유타 주민을 애도하는 베트남 참전 기념비, 고딕 양식을 재현한 모르몬교의 화이트 채플, 1846년 멕시코 전쟁 때 멕시코 국경까지 진군했던 모르몬교 지원병을 기념하는 모르몬교 대대 기념물이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주청사 건물 안에 들어가면 이렇게 큰 계단이 양쪽으로 펼쳐지며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은 웅장한 느낌의 구조를 볼 수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다보면 사진술을 배우고 싶거나 좋은 카메라를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분명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찍었는데 막상 찍어보면 직접 보는 것만큼 멋지지 않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리지는 않았지만 우리 말고도 관광객이 꽤 있었는데 그 중에는 사진작가님들이 쓰는 렌즈길이가 50cm는 될 듯한 비싸보이는 SLR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을 찍는 분도 있었다.

 

 

 

 

 

유타 주청사 건물 구경을 끝내고 뒤쪽 산으로 올라갔다. 원래 진입금지 구역이지만 몰래...ㅋㅋ 이 부근은 좀 부촌인 것 같았다. 호화로운 주택들이 많았다. 평화롭고 한적하기 그지없는 Salt Lake City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항상 높은 곳에만 올라가면 내가 있었던 곳이나 사는 곳은 어디쯤에 있는지 찾아보게 되지 않나? 여기서도 크리스네 집을 찾느라 눈을 가늘게 뜨고 보았으나 영 힘들어서 포기했다. 햇살이 너무 강해 눈이 부신데다 점점 더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금방 내려왔던 것 같다.

 

 

크리스랑 자주 갔던 시네마 펍 Brewvies.

미국에서 맘에 들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이렇게 영화를 상영하는 펍이였다. 현지인 몇명이 Dive Bar라며 맹비난하긴 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래 화려하고 복작대는 바 보다는 이런 조용하고 허름한 곳에 더 매력을 느끼는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영화관보다 늦게 개봉하긴 하지만,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도 있는 데다 심지어 소파석까지 있어서, 도저히 끝까지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던 Dark Shadow를 보면서 마음 편히 누워서 잘 수도 있었다. 이쯤되면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조니뎁은 팀버튼과 노예계약이라도 맺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