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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2012 미국

미국여행 일지 #003 유타 호글 동물원(Hogle Zoo in Utah)

 

 

 

 

Utah, US

 

 

마지막으로 동물원에 가 본 지가 언제였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더구나 내가 살고 있는 부산에는 동물원이라고 부를 만한 동물원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정말 어릴 시절, 초등학교 저학년 이전 시절 이후로 동물원에 가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아쿠아리움을 동물원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예외지만ㅋㅋ)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유타 주에서 하나 밖에 없는 동물원이 있다고 하기에 크리스의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Hogle Zoo

 

 

내 평소 일상에서 탈출해 날아온 미국인 만큼, 이왕 일탈하는 거 제대로 한 번 벗어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유타 주의 하나뿐인 동물원인 Hogle Zoo. 어린 아이들만 있을 것 같았는데 우리처럼 데이트겸 같이 온 커플들도 많았다.

 

타이밍이 참 안좋았던 게 입장권을 사고 입장하고 나서야 겨울특별 동물관이 바로 그 다음날부터 개장한다는 현수막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일 한 번 더 오기에는 입장권이 은근히 비쌌기 때문에 동물원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곰(북극곰), 펭귄, 돌고래, 물개 등은 보지 못한 채 아쉽지만 돌아나와야 했다. 좀 더 알아보고 올 것을!

 

사실 우리가 입장했을 때는  제 값주고 입장하기엔 살짝 늦은 시간이었는데, 대부분의 겨울동물관이 문을 닫은 탓에 볼 건 많이 없어서 구경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날씨가 더운데다 햇볕이 강해서 목이 금방금방 말랐다. 입구 쪽에 있던 사자 식수대에서 목을 축였는데 사자침 마시는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우리나라 토종닭처럼 생긴 닭 한 커플이 잔디밭에서 놀고 있다.

 

 

 

 

코끼리 가족. 원래 코끼리 피부가 주름이 많긴 하지만 덥고 건조한 날씨도 한 몫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뿔소는 사진으로만 보았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맥을 못추고 바닥에 죽은 듯이 누워만 있어서 아쉬웠다.

 

 

 

 

 

 

 

옹기종기 모여서 관람객을 관람하던 털이 보송보송한 미어캣 새끼들과 해탈한 듯한 어미.

 

 

 

 

실내에 있는 동물들은 역시 실외에 있는 동물들보다 활동적이었다. 박쥐, 각종 원숭이, 여러종류의 파충류들, 그 외에 이름 모를 동물들이 꽤 많이 있었다. 

 

 

 

 

 

 

 

 

 

 

사실 나는 뱀, 악어, 거북, 이구아나 등의 파충류에 대해 일종의 공포증이 있어서 내가 갔던 시즌이 악어가 여름잠을 자는 시기였던 게 퍽 다행이었다. 물 속에 잠겨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도 내게는 공포였다.

 

 

 

 

 

 

 

 

처음엔 살아있는 건지 긴가민가 했지만 알고보니 그냥 느리게 움직일 뿐이었던 바다거북이.

느림의 미학, 느림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역시 정면샷은 좀 무섭다ㅠㅠ

 

 

 

 

호랑이는 중국관에 따로 있었다. 처음엔 이 그늘에 있는 한마리 밖에 안보여서 아쉬웠는데 알고보니 다른 한쪽 그늘에 호랑이 떼가 축 늘어져서 단체로 잠을 자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서 동물들이 다들 기력이 없는 게 정말 아쉬웠다. 더위에 늘어져 있어도 눈빛이 너무 멋져서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인기만점이었다.

 

 

 

 

 

 

 

끔찍했던 똥먹는 고릴라. 고릴라 식성이 원래 이런진 모르겠는데 처음엔 종이를 와작와작 씹어먹더니 갑자기 자기 손에다가 배설을 하고는 그걸 먹기 시작했다. 관람객들 일동 경악, 비명 및 멘탈붕괴ㅋㅋㅋ 옆에 있던 한 외국인은 고릴라의 이런 습성이 익숙한 듯 했는데, 전에 봤던 한 고릴라는 자기가 똥 먹는 걸 보고 사람들이 야유하자 한번 더 자기 손에다가 배설하여 그걸 그대로 관람객 쪽 유리벽으로 던졌다고 한다. 말그대로 똥폭탄ㅋㅋㅋ 유리창에 덕지덕지했을 파편들을 생각하니 토할 것 같았다. 저 광경도 충분히 역했지만.

 

눈 정화용 기린. 손, 다리, 목, 속눈썹할 것 없이 다 길쭉길쭉하니 예쁘게 생겼다.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움직이면서 기린우리를 둘러싼 관객들과 도도하게 아이컨택하는 모습이 참 우아했다.

 

 

 

 

 

 

얼추 구경을 끝내고 나가려던 차에, 입구 쪽에 동물원을 순회하는 관람열차 타는 곳이 있길래 시간도 얼마 안걸린다고 해서 한번 타보기로 했다. 근데 진짜 뭐 별 거 없었던 열차. 동물이 있는 우리를 지나갈 때마다 안내원이 마이크로 설명을 해주긴 하는데 같이 탑승한 어린이들이 너무 시끄러워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Bison을 보기 위해 탄 열차였건만 Bison은 너무 빨리 지나가서 스치듯 안녕..ㅠㅠ

 

순환열차를 마지막으로 유타 호글주 구경을 끝냈다. 엄청나게 오랜만에 가 본 동물원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특별하고 볼 거리가 많은 동물원은 아니었지만 나들이겸 가기에 좋았던 것 같다. 더구나 이 동물원 바로 옆에 유타주의 역사가 깃든 '디스 이즈 더 플레이스 헤리티지 파크(This is the Place Heritage Park)'가 있는데, 동물원 둘러보고 나왔더니 너무 더워서 가보지는 못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더워도 한번 가볼껄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PAT'S BBQ

 

동물원을 나온 후 허기가 져서 저녁을 먹기위해 간 곳은 바베큐요리를 파는 PAT'S BBQ. 보면 알다시피 화려하거나 격식있는 곳은 아니었고, 오히려 간편하고 패스트푸드점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었지만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한 음식점이었기에 기억에 좀 남는다. 2인분을 시켰는데 양이 어찌나 많은지 다 못먹을 뻔 했다.

 

 

처음 접해보는 현지인 서버의 능숙하고 친근한 말솜씨와 익숙하지 않은 발음 때문에 주문하면서 조금 허둥댔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 만났던 음식점의 서버들은 대부분 손님들에게 친근하고, 가능한 자주 테이블에 와서 손님이 굳이 뭔가를 말하기 전에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던 게 인상적이었다. 물론 팁 문화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다른 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 유타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사람들에게 친절하다고 느꼈다.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 사면서도 캐셔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마트에서 물품을 살 때도 오늘 어떠냐, 파티를 할건가보다, 신나겠다 등등등. 영업용 친절이 아닌 몸에 밴 듯한 친절이라고 느꼈다면 좀 오버일까? 지나가다가 눈이 마주치거나 길에서 스쳐지나갈 때 간단히 눈인사를 하거나, 안녕, 오늘 어떠니 하고 안부를 물어오는 이 동네의 문화는 그동안 어색하게 시선을 피해버리기에 익숙했던 나에게 더 어색하게 다가왔다.

 

물론 두 말 할 것 없이 짜긴 짰다. 후추같은 향신료를 너무 많이 뿌려서 양념맛이 너무 강하게 났다. 어디를 가도 음식이 다 짠 걸 보니 주문할 때 소금을 아얘 넣지 말라고 해야 겨우 입맛에 맞을 판이다. 한국의 고추참치캔 맛이 났던 잠발라야가 제일 먹을만 했던 것 같다.

샐러드에 얹어진 블루치즈 드레싱은 항상 날 설레게 하고, 맛있는 맥주 한잔이면 맛 없는 음식도 용서가 된다는게 내 지론이다. 샐러드를 맛없게 만드는 곳은 드물긴 한데, 있다면 질퍽하고 강렬한 소스에 샐러드를 김치 무치듯 흠뻑 버무려 아삭아삭한 식감을 다 망쳐서 내어 놓는 곳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여기는 기분탓인지 해가 늦게 지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7시쯤이면 벌써 어둑어둑해진다면 여기는 9시에도 아직 해가 보이다가 10시쯤 갑자기 캄캄해졌었다. 덕분에 뭔가 같은 하루인데 여기서는 하루가 더 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때가 7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가 쨍하다. 예전에 서양인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걸 보고 쟤네는 색소가 없어서 햇빛을 잘 못 견디나보다 했는데 내가 여기 와서 보니 색소고 뭐고 그냥 햇빛이 너무 쨍한 거였다. 외출 할 때 선글라스는 정말 필수. 특히 차 앞 좌석에 선글라스 없이 앉으면 실명할 것처럼 눈이 부시다. 내가 미국여행하면서 짐 싸온 것 중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선글라스를 챙긴거였다.

 

차창 밖에 특이한 구조의 교회가 지나가길래 신기해서 셔터만 눌렀을 뿐인데 이렇게 예쁘게 나오다니 거짓말같다. 사진을 찍을때마다 하늘이 거짓말처럼 너무 예쁘게 나와서 깜짝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