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ah, US
애초에 미국에 간 이유가 크리스를 보기 위해서인 것은 물론이고, 크리스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인 것도 있었기 때문에 유타에서 지내는 동안 다른 주(州)로 여행을 떠난 몇몇 날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크리스의 부모님 집에서 별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다른 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방문했던 유타 주는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지 않고 평온하고 조용했다. 주택이 몰려있는 주거지역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자동차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부산에서 놀 때처럼 밤 늦게까지 펍에서 거나하게 마시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귀가하는 등의 생활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술집이나 펍도 대부분 자정 이전에 문을 닫아서 밤만 되면 온 거리가 조용한 것이, 밤이 되면 더 활발해지는 도시에서 온 내게는 참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지루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평화롭고 조용해서 좋기도 했다.
Temple Square
그렇게 한동안은 크리스 부모님 집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거나 산책하면서 지내다가, 한 날은 솔트레이크 시티의 시내를 구경하러 나왔다. 유타는 어디를 가든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느낀 인상 그대로, 평화롭고 쾌적했다. 마침 날씨도 화창하고 좋은데다 바람도 선선해서 걷기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거리마다 푸른 나무와 잘 가꾸어진 잔디가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보도 옆에 있는 주차공간에 무인 경비시스템이 있어서 시간당 얼마의 돈을 내고 주차해야 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이 기계가 카드나 지폐는 안받아서 차 끌고 다닐 때 코인은 필수일 듯 했다. 되게 생소한 기계인 데다 운전을 못하는 나로서는 봐도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 Grand Marshal (July 5th 2013 Explore #181) by katsrcool (Kool Cats Photography) 1,000,000 + View ![]() |
아무튼 도로가에 주차를 해 놓고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잠깐 걷는 중이었는데,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한복판에서 말이 마차를 끌고 있었다. 마부가 운행하는 이 마차에는 돈을 내면 직접 타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자동차들과 마차를 끄는 말을 한 도로에서 동시에 보니 뭔가 색달랐다.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한 마음에 타고싶어 했더니 크리스가 타도 별 거 없다고 안태오ㅑ줌...
그렇게 마차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오늘의 목적지였던 템플 스퀘어(Temple Square)에 들어갔다. 주민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사람들이 모르몬교도인 유타 주에는 솔트레이크시티 시내 중심지에 템플 스퀘어가 우뚝 서있다. 템플스퀘어는 유타 주에 있는 모르몬교의 대성전인데, 규모가 큰데다 건물이 아름다워서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명소이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템플 스퀘어의 건물 중 하나인 어셈블리 홀(Assembly Hall)인데, 각종 공연 등을 하는 공연장이라고 한다.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던데 들어가보진 않았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어셈블리 홀을 지나쳐 옆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푸른 잔디와 나무들로 잘 가꾸어진 정원과, 꽃 잎 모양의 독특한 분수를 볼 수 있었다. 햇빛이 쨍쨍한 데다 물이 맑아서 분수가 반짝반짝거리는 게 참 예뻤다.
호수 뒷쪽으로는 뾰족뾰족한 고딕양식의 거대한 건물이 보이는데, 이 건물이 바로 템플 스퀘어의 주성전(Main Temple)이다.
성지로서 뿐만이 아니라 산책이나 피크닉 혹은 데이트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듯한 템플스퀘어는 이 대성전의 주변으로 넓은 정원 및 산책코스로 둘러싸여 있다. 곳곳에는 모르몬교의 역사에 등장하는 위인들이 동상으로 만들어져 세워져 있기도 하다. 곳곳에서 여행객 및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르몬교 대성전의 전경. 건물이 워낙 높고 웅장해서 꼭대기까지 한 눈에 보려면 고개를 하늘로 향해 처들거나 한 걸음 물러나 먼 곳에서 보아야 한다. 이 날 워낙 햇빛이 강해서 사진을 찍는데 노출이 장난이 아니었다. 사진으로도 얼마나 햇살이 강렬했는지 보인다.
성전인데다 조경이 아름다워서 그런지 이 템플스퀘어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많다고 들었는데, 내가 방문했던 이 날도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모양인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신랑이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
꼭대기에 있는 저 동상은 순금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는데, 건물이 워낙 높아서 아무도 훔쳐갈 수는 없을 것 같다ㅋㅋㅋ
템플스퀘어에는 장식이나 조경을 예쁘게 잘 관리해 놓은 느낌이어서 대성전 말고도 볼 것들이 많았다. 굳이 모르몬교의 신자가 아니라도 한 번 쯤 구경가기 좋은 곳이었던 것 같다. 왼쪽의 사진은 물이 흐르는 예쁜 계단이었는데 사진엔 잘 안나왔다.
모르몬교는 1830년 미국의 조셉 스미스(Joseph Smith)가 창시한 종교다.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압도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 조셉 스미스는 하나님이 보냈다는 천사 '모로나이'의 계시를 받아 몰몬경(Book of Mormon)을 만들었다고 한다. 몰몬교도는 몰몬경 뿐 아니라 성경 또한 경전으로 삼으며 하나님을 섬긴다. 그래서 그런지 템플스퀘어에서 저렇게 하나님(Jesus Christ)을 새긴 조각들도 몇몇 볼 수 있었다.
입구에는 이렇게 모르몬교의 지도자인 브리검 영(Brigham Young)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모르몬교의 창시자가 조셉 스미스라면 브리검 영은 폭도에 의해 살해된 조셉 스미스의 뒤를 이어 모르몬교의 지도자가 된 사람이다.
미국의 박해가 시작되자 브리검 영을 필두로 한 모르몬 교도들은 네브라스카 주로 이주하였다가 다시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 시티로 이주하여 정착하게 된다. 그 후 브리검 영은 솔트레이크 시티에 모르몬 공동회를 건설하고 그 주변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지도자가 되었다.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사립 종교 대학인 브리검 영 아카데미를 유타주 프로보에 설립했으며,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유타대학교의 전신인 데저릿대학교를 설립했다고도 한다.
브리검 영의 동상은 유타 주청사 안에도 크게 설치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유타 주의 역사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인물이니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 같았다. 유타 주의 또 다른 관광명소인 《디스 이즈 더 플레이스 헤리티지 파크(This is the Place Heritage Park)》의 의미가 브리검 영이 유타 주를 발견하고는 "여기가 바로 우리가 있을 곳이다."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일화도 있다.
Joseph Smith Memorial Building
브리검 영을 기리며 세워진 동상이 곳곳에 있는가 하면 템플 스퀘어의 바로 옆에는 조셉 스미스 기념관(Joseph Smith Memorial Building)도 있다. 들어가보진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모르몬교의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를 기리는 곳일 것이다. 템플스퀘어가 그랬듯이 조셉 스미스 기념관 역시 건물이 제법 크고 웅장하다. 솔트레이크 시내 중심가에 우뚝 솟은 모르몬 건물들을 보면서, 유타 주민들에게 있어서 모르몬교의 의미가 어떤 건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몰몬성도들은 아마 이 템플스퀘어를 성지순례하듯 방문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종교의 성전이라서 경건한 마음보다는 오히려 관광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둘러봤던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서 이슬람 등의 다른 생소한 종교의 사원을 간다고 해도 아마 같은 느낌일 것 같다.
건물이 높아서 바로 앞에서는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는 탓에 맞은 편에서 조셉 스미스 기념관을 찍으려고 했더니 갑자기 눈 앞으로 열차같은 대중교통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솔트레이크 시티를 가로지르는 이 열차는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그것도 도로 한복판으로 운행한다.
도로에 설치된 레일이 워낙 눈에 안 띄게 되어있어서 열차가 지나가는 곳인 줄도 몰랐던 나는 갑자기 열차가 카메라에 잡혀서 좀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었다. 이 열차가 지나가면 자동차들은 다들 멈추고 열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데, 워낙 느리고 조용하게 지나가서 내가 다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대중교통마저 평화롭고 여유로운 느낌이 드는 유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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