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ah, US
로건(Logan)은 지금에는 내 아들의 이름이 되었지만, 미국을 여행할 당시에는 유타 주에 있는 한 지역의 이름이었다. 크리스와 함께 여행도 할 겸 그 부근에 살고있는 크리스의 사촌형과 삼촌을 보러도 갈 겸 로건으로 향했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음식이 그리워진다고 하던가? 막 몇 년이고 머물다가 온 것이 아니라 그런지 나는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음식이 그닥 그립진 않았는데, 일이 있어 밖에 나갔다 온 크리스가 "네가 한국 음식 먹고싶을까봐 사왔다"며 쌩뚱맞게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냉면을 테이크아웃 해 왔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Korean Barbeque》라는 가게를 발견하고는 들어갔는데, 실제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이었다고 한다. 냉면을 저런 스티로폴 용기에 포장해서 먹어보긴 처음이라 좀 생소했다. 육수는 콜라컵 같은 용기에 담아서 주더라. 맛은 이게 진짜 냉면 맞나;;; 싶은 맛. 고기 넣고 짙게 우려낸 육수가 아니라 다시다 넣고 만든 것처럼 가볍고 그냥 짜기만 한 맛이라 아쉬웠다. 무채도 그렇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절대로 이게 한국의 냉면이라고 소개할 수 없을 것 같은 맛이었다.
어차피 가게를 외국에서 할 거라면 외국인이 먹을 수 있단 생각에 더 맛있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어쩌다 우연히 외국인이 맛보고도 '우와, 한국음식 맛있다.'라고 할 수 있을만큼. 너무 큰 바람일까?
찾기 드문데다 비싸고 양도 적어서 한국인임에도 쉽게 가지 않게되는 한국음식점과 달리 멕시코 음식점은 어디를 가든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아서 언제든 손쉽게 먹을 수 있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부리또와 타코! 흥분해서 떨리는 손 때문에 초점이 흔들렸다.ㅋㅋ 한국에 와서도 자꾸 부리또 맛이 땡기는데 현지화 때문인지 여기서 먹었던 것처럼 그런 풍부한 맛이 아니고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어서 잘 안먹게 된다. 맛있긴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비싸기도 하고.
멕시코 음식을 주문하면 종종 저렇게 토마토와 양파등을 넣고 만든 뻬브레(pebre)가 나온다. 이게 대표적인 살사라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저기 들어있는 초록색 잎이 너무 싫었다. 저게 확실하진 않지만 내 생각엔 아마 고수인 것 같은데, 호불호가 극과극으로 갈린다던 고수는 말로만 들어봤지 처음 먹어봤었는데 나한텐 정말 최악이었다. 정말 토할 것 같은 맛이었는데, 저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니 이해가 안갈 정도여서 참 신기했었다.
Gossner's Cheese Factory
누가 미국인 아니랄까봐 어김없이 치즈를 좋아하는 크리스가 다녀오고 싶어했던 고스너 치즈공장(Gossner's Cheese Factory). 마침 우리가 가려고 했던 로건에 있어서 짬을 내어 다녀왔다.
가게 옆에서 직접 운영하는 목장에서 금방 짠 우유로 바로바로 유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곳이었다. 뭔가 자급자족 스타일? 유제품을 판매하는 가게 옆으로 실제로 젖소 목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가게 안에 들어가면 고스너 치즈공장에서 직접 만든 다양한 유제품을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치즈들을 시식용으로 준비해 놓고 있어서 마음껏 맛 볼 수 있다. 물론 나도 한국인 정신을 발휘하여(ㅋㅋ) 모든 치즈를 맛있게 먹고 왔다. 유통과정 없이 즉석에서 바로 만들어서 신선한데다 많이 비싸지도 않아서 좋은 품질의 유제품을 착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이 곳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참고!
사진은 이 곳에서 사 마신 천연 우유. 무지방(Fat-Free)우유라 그런가 정말 "건강한" 맛이었다. 정말 다른 맛도 전혀 안나고 그저 "건강한" 맛. 초코우유에 초코 맛이 안나다니...ㅋㅋ..ㅋ.. 나는 초코우유를 마시고 크리스는 루트비어 우유(Root Beer Milk)를 마셨다. 루트비어는 이름은 비어(Beer)지만 맥주가 아니라 그냥 알콜 없는 탄산음료인데, 아이들이 어른처럼 맥주를 마시는 기분을 내느라고 콜라 대신에 마시는 거라고 한다. 근데 이게 맛이 진짜 이상한데, 마치 콜라에다가 치약이나 물파스 탄 것 같은 맛이다;;; 이런 맛이 나는 우유에다가 무지방 우유니 그 맛이 상상이 가는가? 최악이었닼ㅋㅋㅋ
개인적으로 루트비어는 내가 미국에서 왜 마시는지 모르겠는 음료 넘버원이다. 민트맛 음료 좋아하는 나도 이건 진짜 못먹겠더라. 심지어 루트비어 플로트(Root Beer Float)라고 루트비어에 아이스크림까지 올려서 먹던데 호기심에 한모금 먹어보고는 진짜 울 뻔 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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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an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로건에서 크리스의 사촌커플과 외삼촌과 함께 놀면서 칠면조도 구워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은 외삼촌분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인데 크리스가 엄청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조만간 팔 예정이라셔서 크리스가 살거라며 흥정 중이라고 했다. 크리스가 예전에 몰던 차도 저렇게 탱크처럼 큰 차였고 아무래도 주로 저런 스타일의 차를 좋아하는 모양인데,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그냥 '미끈하고 엄청 큰 자동차'로만 기억에 남아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몰면 차도가 너무 좁아 양 옆에 스크라치 생길 것 같이 엄청 큰 차였다.
Utah State University
로건에는 크리스의 부모님이 같이 다니셨던 대학교가 있는데, 바로 〈유타 주립 대학교(Utah State University)〉이다. 두 분은 대학교 때 테니스 서클에서 CC로 같이 만나 약혼 한 후 지금까지 계속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계신다고 한다. 그래서 이왕 로건에 온 김에 유타 주립 대학교를 한 번 구경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차작차작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산을 안가지고 간 날이라 차 밖으로는 못나가고 차로 드라이브를 하며 유타 주립 대학교의 캠퍼스를 구경했다.
빗방울 떨어지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각종 중후한 건물들에서 오랜 역사가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비가 와서 주로 차 안에만 있느라 제대로 대학교 건물들을 찍은 사진이 없다. 성당같은 느낌의 건물을 지나자 한쪽에 큰 호수와 함께 잔디밭 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캠퍼스 안에 호수가 있다니 뭔가 진짜 낭만적이었다. 아, 캠퍼스의 낭만이여! 내가 다닌 대학교는 아니지만 이렇게 대학교 캠퍼스를 거닐고 있으니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고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들었다ㅎㅎ
이 호수 주변 잔디밭에 거위로 보이는 조류 한 쌍이 놀고 있는게 신기하고 귀여워서 비를 무릅쓰고 차 밖으로 나가서 근접촬영을 시도했는데, 오른쪽에 수컷으로 보이는 녀석이 자꾸 나에게 공격적으로 돌진하기에 무서워서 바로 차 안으로 후퇴했다;; 잘 노는데 방해해서 미안...ㅋ
The Factory Pizzeria
유타대학교는 굉장히 넓고 볼 것도 많고 건물도 많았지만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반팔옷을 입고 나간 탓에 몸이 으슬으슬하게 추워졌다. 그래서 몸도 녹일 겸 맥주도 한 잔 할 겸 구경을 대충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유타 주립 대학교 근처에 있던 피자 레스토랑인 《팩토리 피자리아(The Factory Pizzeria)》. 지하에 있어서 빛이 안들어 오는데다 인테리어 자체도 나무로 된 피크닉 테이블 등으로 완전 구식이라 영락없는 다이브(Dive)였다. 하지만 우린 이런 싸구려 술집을 더 좋아하니까 뭐ㅋㅋ
샌드위치, 피자 등 여러 메뉴가 있었는데 우리가 시킨 건 시카고 딥디쉬 피자. 우리가 주로 피자집에서 먹는 피자는 거의 치즈가 듬뿍 올라가고 테두리가 약간 도톰한 뉴욕스타일의 피자인데, 시카고 딥디쉬 피자는 두께가 사진에서 보다시피 두껍고 속이 각종 재료로 꽉 차있는 스터프트 피자(Stuffed Pizza)의 형식이다. 나도 시카고 스타일의 피자는 여기서 처음 먹어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두껍고 양이 많아보여서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토핑들이 부드럽고 치즈도 맛있고, 짜지도 않고 맛있어서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았는 데도 순식간에 다 먹어치워 버렸다. 도우가 두꺼워서 퍽퍽할 줄 알았더니 보드랍고 촉촉해서 의외였다. 한 판 다 먹고 또 한 판 더 먹고 싶은 피자는 내 인생에 이 피자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 로건에 가면 꼭 또 가야지♡.♡
팩토리 피자리아에 대한 정보는 여기
차 안에서 이동하면서 찍은 하늘 사진들. 어디를 가려고 해도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미국 생활. 그러다보니 자연히 하늘을 볼 기회가 많아지는데 유타 주의 하늘은 참 맑고 높아서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볼 때가 많았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쳐다보면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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