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Travel/2012 미국

미국여행 일지 #008 유타 로건 캐년(Logan Canyon)에서 캠핑하기

 

 

 

Utah, US

 

 

 

 

 Logan Canyon Campground


 

로건에서 며칠 지내면서 만난 크리스의 사촌과 삼촌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다시 운전을 하여  솔트레이크 시티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원래 베어리버(Bear River)의 캠핑장에서 캠핑을 할 생각이었으나 이동경로가 맞지 않아 계획을 수정하여 로건 캐년(Logan Canyon)에서 하루 캠핑을 하기로 하였다.


요즘에는 캠핑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무렵에는 한국에 캠핑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이었을 때인데다, 한국에서도 오래전에 캠핑을 해봤었지만 기억이 흐릿하여 사실상 캠핑이라는 것이 처음이었던 내게는 이 곳의 생소한 캠핑장 시스템이 꽤 신기했었다.

 

한 캐년에도 여러군데의 캠핑장이 있는데 캠핑장마다 경관이나 시설이 다르므로 가격도 물론 달라진다. 여기는 특이하게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매표소나 따로 예약하는 곳이 없이 준비되어있는 지불상자에다가 자기들이 선택한 캠핑장 장소를 메모지에 적어서 요구되는 가격과 함께 넣어 놓으면 저녁 즈음에 경비원들이 순찰을 하며 제대로 요금을 지불했는지 확인하는 구조였다

 

각 유닛마다 보통 차량 1대를 주차할 수 있는데, 차가 2대 이상이거나, 캠프파이어 시설이 있거나, 목이 좋은 곳에 있거나 하면 요금이 더 추가된다. 한참을 여러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적당한 곳을 찾던 우리가 선택한 곳은 Unit5.



 

텐트를 칠 만한 장소와 캠프파이어 그릴, 테이블 하나 정도가 마련되어 있는 평범한 곳이었는데, 바로 옆에 시내가 있어 물 이용하기에도 좋고 화장실도 바로 옆에 있어서 편리했다. 그보다 가장 우리 마음에 들었던 건 저 특이한 나무! 가지가 꺾어져서 바닥으로 드리워져 있는 것이 뭔가 운치있기도 하고 멋지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후에 있을 캐년여행을 위하여 사놓았던 신상 텐트를 둘이서 힘을 합쳐 영차영차 설치한 다음, 산 속이라 그런지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기에 우선 장작부터 때웠다. 되게 즉흥적으로 시작한 캠핑이어서 텐트 말고는 필요한 캠핑용구가 하나도 없었기에 크리스가 또 차를 타고 나가서 캠핑에 필요한 몇가지 용구를 사왔는데, 근처 세븐일레븐에 가니 가게 앞에 저런 마른 장작이 한가득 쌓여있더랬다. 아무래도 캠핑장 근처라 그런가 보다.

 

어쨌든 일단 장작을 사오긴 사왔는데 불을 피우려니 둘 다 어찌 하는 줄도 모르겠고 한참을 헤맸다. 장작에 바로 라이터로 불을 붙이니 까맣게만 되고 불씨가 안 붙어서 차 안에 있던 종이쪼가리들과 주변에서 작은 나뭇가지들을 긁어모아서 종이조각에 먼저 불을 붙인 후 나무에 옮겨붙게 했더니 겨우겨우 불을 지필 수 있었다. 둘이서 거의 한시간을 씨름한 듯ㅋㅋㅋ 장작에다 라이터로 불만 붙이면 될 줄 알았더니 은근히 어려웠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의 캠핑장. 뭐 아무것도 없지만ㅎㅎ 난 미국인이면 다들 텐트 하나쯤은 혼자서 뚝딱 만들고 그릴에 맛있는스테이크랑 채소를 척척 구워내는 캠핑의 달인일 줄 알았더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크리스의 주도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뭔가 엉성했던 우리의 첫 캠핑ㅋㅋㅋ

 

 

 

 

한국에선 캠핑가면 코펠에다 찌개도 만들어먹고 그릴에다 삼겹살이나 갈비 등을 구워먹는 것 같던데, 미국에선 캠핑가면 뭘 먹는가? 나는 현지인이 아니므로 크리스한테 저녁거리 사오는 걸 맡겼더니 걍 조리된 샐러드에 핫도그빵과 소세지를 사왔더랬다. 그래서 꼬챙이에 소세지 끼워서 모닥불에 굽고 마트표 샐러드를 옆에 곁들여서 핫도그 만들어 먹음. 아니 뭔가 내 기대에서 많이 어긋나는데?ㅋㅋㅋ 더구나 만들어놓고 보니 흡사 전투식량같은 느낌이었지만ㅋㅋㅋㅋ 군말없이 맛있게 먹었다.

 

별 것 없는 음식이었지만 조용한 캠핑장에서 타오르는 닥불 앞에 앉아 풀벌레소리와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먹으니 대단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이것만으로도 참 낭만적이었다. 여기에 저렴하고 맛있는 맥주까지 곁들이면 행복은 참 멀리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후식으로 마쉬멜로우를 꼬챙이에 끼워 구워 먹으며 바라보았던 모닥불. 어둠 속에서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붉은 불꽃은 넋을 놓고 가만히 보고있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땅의 굴곡이 그대로 느껴지는 텐트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풀벌레 소리와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기억은 참 잊지 못할 추억이다.